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입대 후 군무이탈체포조(Deserter Pursuit)에 배속된 병사 안준호가 탈영병을 쫓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한국의 병영 문화와 구조적 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시청자들의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군 복무를 직접 경험한 20대 남성들에게 이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현실 재현이자 자기반성의 장이 되었습니다. 본문에서는 ‘D.P’가 20대 남성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강한 공감과 감정적 여운을 남겼는지, 세부적인 군 생활 묘사, 등장인물의 감정선, 사회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군생활의 디테일한 재현, 트라우마 자극
‘D.P’는 실제 군 생활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저런 장면, 나도 겪었었다"는 말을 하게 만드는 디테일한 연출이 강점입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탈영병 추적극이 아니라,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고립과 구조적 억압, 침묵의 연대 등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좁은 생활관, 상급자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하급자의 불안감, 일상화된 구타와 폭언, ‘보직병’과 ‘행정보급관’이라는 말속에 담긴 위계까지도 사실적으로 그려지며 군필 남성들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극 중 안준호가 처음 부대에 배치받았을 때의 공기감, 어색하고 긴장된 분위기, 선임병들이 흘리는 눈빛 하나하나에 담긴 기싸움은 현실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군대 내 고립된 구조는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통로조차 차단해 버립니다. 일명 ‘뺑뺑이 돌리기’, 병사 간 폭력 은폐, 책임 회피 등의 문화는 극 중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온 일입니다. 시즌1 에피소드 3에서 등장하는 조석봉 일병의 사연은 수많은 전역자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선임들의 장난이라는 이름 아래 지속된 구타와 모욕은 조 일병을 정신적으로 붕괴시켰고,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청자들은 조 일병의 모습에서 자신이 알고 있었던 후임, 혹은 자신이었을 수도 있는 과거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깊은 무력감과 분노를 느낍니다.
탈영병과 가해자의 복잡한 감정선
‘D.P’는 탈영병을 단순한 문제 인물이나 징계 대상이 아닌, 감정과 서사를 지닌 인격체로 묘사합니다. 탈영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병사들은 각자 다른 이유와 고통을 안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집에서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 또 다른 이는 부대 내 따돌림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탈영합니다. 그들의 사연은 단지 ‘군대가 힘들어서’ 탈영했다는 수준이 아닌, 이 사회가 개인을 보호하지 못한 구조적 실패의 결과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주인공 안준호 또한 처음엔 ‘임무’로서 탈영병을 쫓지만, 점차 이들을 이해하고 동정하게 됩니다. 시즌2에서는 특히 안준호 본인이 느끼는 죄책감과 감정적 혼란이 더욱 부각되며, 그 또한 군 조직과 사회 사이에서 갈등하는 ‘피해자’의 위치에 서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드라마는 가해자의 서사도 단순히 악의적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병영 내 가해자는 누군가의 선임이자, 이전에는 피해자였던 존재입니다. 구조적 위계와 무비판적 복종 속에서 만들어진 폭력은 대물림되며, 피해자가 곧 가해자가 되는 현실을 고발합니다. 이는 군대를 경험한 20대 남성들이 단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가 만든 현실’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그땐 왜 말하지 못했을까’라는 질문
‘D.P’는 시청자, 특히 군 복무를 경험한 이들에게 끊임없는 자문을 던집니다. “그때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가?”, “나는 피해자였는가, 방관자였는가?”, “혹은 가해자였던 것은 아닌가?”라는 물음입니다. 이는 드라마를 단순한 폭로극이 아닌, 집단적 반성과 기억의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20대 남성들은 드라마를 본 후 “당시엔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했다”, “정말 조용히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었다”는 고백을 남깁니다. D.P는 이처럼 침묵 속에서 묻혀 있던 기억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 기억을 마주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은 때론 고통스럽지만, 그 자체로 치유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단지 군대 내 현실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 전반의 권위주의 문화, 책임 회피, 폭력의 정당화 문제까지도 함께 다룹니다. 시즌2에서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구조’, ‘부대 외부와 단절된 시스템’, ‘사건을 무마하려는 간부’ 등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며, 시청자에게 "이 구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더 큰 질문을 던집니다.
넷플릭스의 ‘D.P’는 단순한 병영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것은 집단적 기억, 고통, 침묵, 분노를 다시 꺼내고 묻는 용기 있는 질문의 기록입니다. 20대 남성들에게 D.P는 과거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더 나은 군문화와 사회를 향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우리가 오래도록 입을 다물고 외면해 왔던 진실에 대한 첫 번째 대화일지도 모릅니다. 아직 D.P를 보지 않았다면, 한 번쯤 과거와 마주할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습니다. 당신의 기억 속 '군대'는 정말 괜찮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