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개요: 왜 ‘미생’인가
미생은 바둑을 꿈꾸다 좌절한 청년 장그래가 종합상사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회사라는 거대한 바둑판에 다시 입문하는 이야기다. 화려한 역전극 대신, 회의실·복도·사무실이라는 일상의 무대에서 노동의 감정을 정직하게 기록한다. “공감을 넘어 위로였다”는 평가가 따라붙는 이유다.
“우리는 모두 미생(未生)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그래서 계속 두어야 한다.”
2. 줄거리: “아직 완생(完生)이 아니다”
스펙도 인맥도 없는 장그래는 우연과 집념으로 인턴 기회를 얻는다. 엑셀·메일·보고서, 하나하나가 낯설지만 그는 바둑에서 배운 기본기·인내·형세 판단으로 버틴다. 오상식 과장과 영업3팀 동료들을 만나며 그는 ‘회사’가 숫자와 계약서, 납기와 클레임만으로 굴러가지 않음을, 결국 사람의 일임을 배운다.
정규직 전환, 부서와 부서의 알력, 외주와 하청, 무리한 수주와 손실, 책임 떠넘기기, ‘야근은 미덕’이라는 낡은 신념—현실적인 문제들이 매 회의 사건으로 등장하며, 장그래와 동료들은 그때그때의 최선과 윤리 사이에서 판단을 내린다. 드라마는 성공담보다 과정의 값을 더 크게 이야기한다.
3. 주요 캐릭터와 팀 구도
장그래 인턴→계약직
바둑으로 길러진 집중력과 형세 읽기가 장점. 실무는 서툴지만 관찰과 성실로 빈틈을 메운다. 스펙 대신 태도로 설득하는 캐릭터.
오상식 과장 현장형 리더
“사람 냄새”가 나는 상사. 원칙과 정(情) 사이에서 오래 고민하고, 부하의 실수를 함께 감수한다. 한국식 조직에서 드문 신뢰의 리더십.
안영이 여성 신입
능력치 만렙이지만 구조적 편견과 유리천장에 맞닥뜨린다. 유능함과 배려를 동시에 보여주며, ‘프로의 품위’가 무엇인지 증명한다.
장백기 엘리트 신입
완벽주의와 성취욕의 화신. 장그래와 대비되지만, 결국 같은 바둑판에서 서로의 결핍을 보완한다.
한석율·김동식·김대리 등
현장의 노하우, 안전불감의 공포, 하청 구조의 모순을 대변한다. 팀은 개인보다 크고, 개인은 팀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핵심 주제: 노동·관계·윤리·성장
- 노동의 존엄: 성과 지표로 환원되지 않는 가치—현장을 지키는 시간, 관계의 신뢰를 드라마는 반복해서 묻는다.
- 관계의 기술: 보고의 타이밍, 메일 한 줄의 어투, 회의의 순서. 작은 디테일이 협상력과 신뢰를 만든다.
- 윤리와 실리: ‘하려면 방법을, 하기 싫으면 핑계를’이라는 조직의 논리 속에서, 어디까지 타협할 것인가.
- 성장: 승진·연봉이 아닌 문제 해결력과 견딤의 체력—미생에서 완생으로 가는 과정의 이름.
- 바둑의 은유: 초반 포석(온보딩)·형세 판단(리스크)·수읽기(시뮬레이션)·사활(크리티컬 이슈)로 이어지는 전략 문법.
5. 에피소드/장면 포인트
- 보고서의 첫 줄: “사실(Fact)→해석(Insight)→제안(Action)”의 순서. 장그래가 배우는 업무 문법의 핵심.
- 사은품 논쟁: 관행과 불법 사이의 회색지대. ‘맞는데 틀리고, 틀린데 맞는’ 상황에서 팀의 선택은 무엇이 되는가.
- 현장 출동: 책상 앞 이론으로 풀지 못하는 문제. 오상식의 ‘현장성’이 신뢰를 회복한다.
- 정규직 전환의 벽: 개인의 능력과 무관한 구조적 장벽을 정면으로 다루며, 위로와 분노를 동시에 불러낸다.
6. 연출·미장센·대사 스타일
- 색감/조명: 무채색 오피스 톤—퇴근길의 노을, 택시 창밖 네온으로 감정의 색을 살짝 올린다.
- 카메라: 손떨림 최소화, 인물 근접 쇼트로 미세한 표정 포착. 말보다 표정이 많은 드라마.
- 대사: 명언체를 남발하지 않고, 짧고 건조하게.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일은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 있다”).
- 음악: 과장되지 않은 기타/피아노 테마로 잔상을 남긴다—감정 과잉을 피하는 미덕.
7. 문화적 영향과 이유 있는 신드롬
미생은 퇴근길 대화와 회의실 농담에 바로 인용될 정도로 생활 밀착형 유행어를 남겼다. ‘장그래형 신입’ ‘오상식형 상사’ 같은 캐릭터 유형은 실제 조직을 설명하는 언어가 되었고, 직장 내 갑질·야근 문화·하청 구조 문제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현실을 왜곡하지 않았다”는 드문 합의를 이끌어냈다.
8. 추천 이유 & 시청 팁
- 추천 이유: 오피스 드라마의 감동을 클리셰 없이 구현. 인물·관계·문제해결의 균형이 뛰어나다.
- 입문 팁: 1–2화의 ‘업무 문법’만 통과하면 이후 몰입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 회의·메일·보고의 규칙을 포인트로 보자.
- 관전 포인트: 장그래의 형세 읽기가 회마다 어떻게 적용되는지, 오상식의 리더십이 어떤 비용을 치르는지.
- 비슷한 결을 원한다면: 현실 오피스물(나의 아저씨), 조직 리얼리즘(송곳), 성장 서사(이태원 클라쓰)의 접점에서 비교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