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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리플리 줄거리 도용, 살인, 정체성 붕괴

by snile 202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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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리플리(Ripley)》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The Talented Mr. Ripley』를 원작으로 하며, 심리 서스펜스, 누아르, 범죄 스릴러 장르의 정수를 담은 작품입니다.

본 드라마는 흑백 영상미를 바탕으로 현대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미학적 긴장감을 선보이며, 주인공 톰 리플리가 타인의 삶을 훔치기 위해 저지르는 도용, 살인, 자기 정체성의 붕괴 과정을 섬세하고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훔치다: 리플리의 이중생활 (도용)

1960년대 초 뉴욕. 톰 리플리는 생활고 속에서 각종 사기와 문서 위조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어느 날, 부유한 선박 재벌 허버트 그린리프로부터 특별한 제안을 받습니다. 그의 아들 딕키 그린리프가 이탈리아로 떠난 후 미국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자, 톰에게 아들을 설득해 귀국시켜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비와 사례금을 약속받은 톰은 이 기회를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이탈리아로 향합니다. 톰은 딕키가 머무는 나폴리 인근 마을에서 그를 찾아내고 접근에 성공합니다. 딕키는 처음엔 톰을 경계하지만, 점차 그를 친구로 받아들입니다. 그들과 함께 지내며 톰은 딕키가 누리는 삶—여유, 자유, 지적 우월감, 사회적 신분—에 완전히 매료됩니다.

점점 딕키를 모방하게 된 톰은 말투, 옷차림, 취향까지 그대로 따라 하며 자신이 딕키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딕키는 점차 톰의 과도한 집착에 불편함을 느끼고, 관계를 멀리하려 합니다. 이 변화는 톰에게 심리적 위기를 야기하며, 곧 치명적인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완전한 거짓을 위해 저지른 살인 (살인)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보트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갈등은 폭발합니다. 말다툼 끝에 톰은 딕키를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합니다. 이 장면은 드라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조용하지만 충격적인 순간으로, 리플리가 범죄자에서 괴물로 완전히 전이되는 전환점입니다.

딕키의 신분을 훔친 톰은 곧바로 딕키의 여권, 서명, 은행 계좌, 숙소를 정교하게 위조하고, 그의 이름으로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는 딕키의 지인들에게도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며 ‘이탈리아에 혼자 남은 딕키’를 연기합니다. 동시에, 원래의 자신의 신분인 ‘톰 리플리’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지워나갑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딕키의 연인 마르제 셔우드는 딕키의 편지에서 느껴지는 어색한 어휘와 문장 구조의 변화를 눈치채고 의심을 품습니다. 그리고 딕키의 친구 프레디 마일스는 톰과 직접 마주한 후, 모든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궁지에 몰린 톰은 프레디마저 죽이고 시신을 처리하며, 그의 행보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다다릅니다.

도덕 없는 세계, 무너지는 정체성 (정체성 붕괴)

연쇄살인 이후 톰은 거짓을 계속해서 축적하며 더 깊은 수렁에 빠집니다. 이탈리아 경찰 라베니 인스펙터가 등장하며 수사는 본격화되고, 마르제와 그린리프 가족 또한 톰을 추궁합니다. 그러나 톰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상황을 통제하며,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딕키로 행동합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점점 무너집니다. 거울을 보는 톰은 자신이 누구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며, 감정 표현이 둔화되고 자기 동정과 자기 확신이 공존하는 이중적 인물상으로 변해갑니다. 그는 살인을 합리화하며, 자신의 삶이 더 가치 있고 정당하다고 믿게 됩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그는 딕키의 유산을 상속받고, 완전히 그가 되어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철저하게 조작된 정체성과 외로움, 그리고 끊임없는 불안감뿐입니다.

《리플리》는 단순한 범죄극이나 추리물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현대인의 불안과 질투, 인정 욕구와 계급의식, 도덕성의 해체를 차분하고 건조한 연출로 드러낸 예술적 스릴러입니다.

흑백 영상은 이 드라마의 핵심적 미장센 요소로, 인물의 감정을 최소화하며 무채색의 세계 속에서 발생하는 파국적 행위들을 더욱 강렬하게 부각시킵니다. 톰 리플리는 완벽한 연쇄살인범이 아니라,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완전한 자아를 만들고 싶었던 비극적인 인물</strong입니다.

결국 그는 승리했지만, 자신의 존재를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합니다. 《리플리》는 마지막 장면에서조차 처벌이나 정의의 개입 없이, 심리적 지옥을 강조하며 끝을 맺습니다.

이 작품은 시청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리플리를 용서할 수 있는가, 혹은 공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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